영화  영화 <쇼콜라>, 맞아도 웃을 수밖에 없었던 그
22-03-201711:24 최다함
영화 <쇼콜라>, 맞아도 웃을 수밖에 없었던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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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먹해서 나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연거푸 내뱉은 영화다. 분명히, 영화 속 수많은 백인들, 그리고 주인공인 쇼콜라마저 미소 짓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영화 <쇼콜라>는, 뤼미에르 형제의 영화 속 실제 주인공인 최초의 흑백 광대 콤비의 이야기를 다룬다. 프랑스 역사상 가장 센세이션했던 예술가 콤비! 그 주인공은, 퇴물 취급을 받던 백인 광대 '푸티트'와 식인종 마임을 하던 흑인 광대 '쇼콜라'다. 직업 상의 생존을 위해, 푸티트는 쇼콜라를 섭외한다. 둘이 구상한 아이디어 소재는 흑인을 조롱하는 것들이다. 도화지 위 흑칠된 원, 어둠 등으로 묘사되는 흑인은, 검은 피부를 지녔다는 이유만으로 존재감마저 흑빛 취급 받는다.
 
영화는 '명백한 차별'과 '조롱'을 끊임없이 늘어놓는다. 피해자는 단연 쇼콜라다. 그는, 자신의 본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쇼콜라'라는 가명으로 활동하고, 무대 밖에서도 그렇게 불린다. 정체성을 잃은 것이다. 더욱 애석한 점은, 쇼콜라에 대한 타인들의 반응이다. 흑인을 조롱하는 연출에도 불구하고, 쇼콜라는 돈벌이 때문에 웃을 수밖에 없다, 채찍질 당하고, 원숭이 취급을 받아도 웃을 수밖에 없는 현실은 안타깝기 그지 없다. 더 애석한 것은, 조롱과 궂은 역할을 감당해내야만 하는 쇼콜라가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파트너인 푸티트보다 덜한 임금을 벌어들인다는 점이다. 이 온갖 수모를 겪어가면서도, 쇼콜라는 관객들 앞에서 웃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도 살아가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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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콜라를 향한 계속되는 조롱과 멸시는 영화의 시작에서부터 끝까지 연이어진다. 수모를 이겨내기 위한 방법으로 쇼콜라가 택한 것은 도박과 마약 등이다. 자신을 점점 잃어가던 중, 그는 진짜 자신을 찾기 위해 연극 '오셀로'의 주인공이 되고자 결심한다. 진짜 흑인이 주인공인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진짜 이름을 걸고 최선을 다해 무대를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쇼콜라는 '끝까지' 무시 당하고 만다.
 
재능과 열정이 있음에도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신을 잃어버린 채 살아왔던 쇼콜라. 이렇게 고통으로 점철된 인물을 그림에도 불구하고, 감독은 유쾌하고 화려한 장면들을 구사해낸다. 주인공들이 광대인 만큼, 공연들을 즐기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흑인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소재가 그렇게나 웃겼을까. 19세기 말의 백(프랑스)인들에게는, 흑인들 자체가 웃긴 대상이었던 것이다. 결국, 유쾌하고 화려한 연출은 쇼콜라의 내면과 극명한 대비를 위한 연출이었던 것이다. 맞아도 웃어야만 했고, 개 시늉을 하는 아버지를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쇼콜라의 내외면을 역설하는 기법이다.

아직까지도 인종 차별은 식지 않는 문제다. 같은 소재의 영화들 중 가장 유쾌한 작품으로 기억되겠지만, '유쾌'라는 단어만 붙이기에는 먹먹함이 앞선다.
최다함은 디지털영상 및 영화 전공 후 기자생활을 거쳐, 현재는 회사 내 전략기획팀에서 PR업무를 맡고 있다. 걷고 사유하는 것을 즐기며, ‘하고 싶은 건 일단 해보고 웃고 울자’ 식의 경험론주의를 지향하는 자유분방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영화, 공연, 전시회감상 등 다양한 문화 활동의 쾌락을 만끽 중이며, 날씨 좋은 계절에는 서울근교든 장거리 장소든 여행할 곳들을 찾아 몸을 통한 독서를 실행하고 있다. 현재 네이버에서 ‘문화소믈리에, 최따미’라는 타이틀의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며, 예스24 파워문화블로거 및 여행칼럼 연재자, 네이버 오늘의 책 선정단으로 활동 중이다. ‘글쓰기’를 좋아하는지라 “평생 글과의 인연은 떼려야 뗄 수 없을 것이다”라는 포부를 지닌 그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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