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코코 샤넬, 정말 나치의 스파이였을까?

 
게쉬타포 출신의 애인에 이어 다시 나치의 스파이 혐의를 받고 있는 죽어서도 끊이지 않는 스캔들의 주인공, 코코 샤넬
 

얼마전, 세계의 서점가에 <적과의 동침, 코코 샤넬의 비밀 전쟁>이란 책이 선보이자 프랑스 전체가 요동쳤습니다. 20세기의 가장 멋진 프랑스 여성이라던 코코 샤넬이 실은 나치의 스파이 였다는 내용 때문이었죠. 신문들과 뉴스들은 이를 서둘러 톱 뉴스로 보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갈리아노의 유태인 혐하 발언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파리 패션계를 또 한번 벼랑 끝에 밀어 넣을 수 있는 최악의 사건이었기 때문입니다. 샤넬사에서는 재빨리 출판금지 가처분을 내 프랑스 국내에 이 책이 유통되는 것을 차단했고 이 책이 얼마나 허황된 상상력으로 쓰여졌는가를 반박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금지된 것은 더욱 흥미를 불러 일으키는 법!
 
과연 샤넬은 나치의 스파이였을까요? 이 책은 프랑스에 거주 하는 미국인 저널리스트 할 보간(Hal Vaughan)에 의해 수년에 걸친 프랑스와 영국, 독일 정보부 소속의 많은 자료의 조사를 통해 쓰여졌다고합니다. 그는 이 책에서 1940년, 그러니까 코코 샤넬의 나이 57세에 그녀가 독일 정보국의 스파이로서 F-7124, 암호명이 웨스트민스터로 불리웠던 스파이였음을 명백히 증명해내고 있습니다. 우리는 사실 지금까지 발표된 수많은 다른 그녀의 전기들을 통해 그녀가 게슈타포 소속의 장교, 스파츠(Spatz)라고 불리웠던 한스 군터 폰 딘크라쥬 (Hans Gunther von Dincklage)를 열렬히 사랑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그녀는 2차대전이 끝난 후, 해방된 프랑스 정보국의 유쾌하지 않은 조사를 받아야 했습니다. 다행히도 그녀는 처칠 공의 주선으로 겨우 풀려 날 수 있었고 디자이너로서 가장 황금기였던 나이에 돌연 은퇴를 하고 스위스의 휴양도시 몽트뢰이로 이주해, 일체 외부와 연락을 끊고 은둔의 삶을 살았습니다. 할 보건이 새롭게 발견한 자료에 의하면 그녀는 독일의 수용소에 끌려간 조카, 앙드레의 구명을 위해 스페인에서 새로운 스파이를 포섭하는 등의 첩보업무를 수행한 듯 합니다. 하지만 여론의 방향은 오히려 이러한 구체적인 사실이 드러나면 드러 날수록 ‘그래서?’(So what?)라는 쪽으로 흘러갔습니다.




영화 <샤넬과 스트라빈스키>를 보면 스트라빈스키의 부인, 카트린이 자신의 남편과 바람을 피고 있는 샤넬에게 묻습니다.


“그러고도 당신은 부끄럽지 않나요?” 
샤넬은 미간 한번 까딱하지 않고 긴 담배연기를 뿜어 내며 대답한다. 

“전혀!” 

수많은 조강지처들의 돌팔매를 맞아야 하는 이런 상황에서도 그녀는 자신의 감정에 솔직했고 당당했습니다. 하긴 우리가 코코 샤넬을 사랑하는 이유는 그녀가 마더 테레사나 나이팅게일처럼 도덕적이고 숭고한 삶을 살았기 때문이 아니지 않을까요? 그녀는 여자라면 당연히 한 남자의 아내가 되어 자식을 낳고 정해진 신분에 맞게 살아야 하는 당시 여성들의 운명을 거부한 여자입니다. 여성의 몸으로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지극히 제한되어 있던 시절, 뜻하지 않게 자신에게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재능이 있음을 알게 되었고 남들은 가질 수 없는 감각이 있음을 알게 되고부터는 순전히 노력만으로 최고의 자리를 스스로 꽤찬 당대의 여성이었습니다. 결코 절세의 미녀는 아니였지만 누구도 닮지 않은 자신만의 매력으로 수많은 남자들을 만나며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업 그레드 해오지 않았던가요? 남자들은 그녀가 갖고 태어나지 못한 사회적 배경을 만들어 주었고 배우지 못한 그녀의 지식을 당대 최고의 시인들과도 거리낌없이 토론을 할 수 있는 지식을 갖게 해주었고 그녀가 자신의 옷을 만들수 있게 자본금을 대어 주기도 했으며 삶의 지혜와 예술에 눈뜨게 해주었습니다. 그녀는 교제하는 남자들을 통해 그녀가 경험하지 않는 세계를 배웠고 학습했죠.

저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그녀가 정말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나치의 스파이에 반유태주의에 인종차별 주의자였다면 그녀의 인생으로선 씻을 수 없는 과오를 남긴 것이고 무척 안타까운 일입니다. 하지만 한 사람의 복잡다난한 삶을 어떻게 삶의 한 단면을 보고 판단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샤넬이 어떠한 삶을 살아왔는지, 길고 치열했던 그녀의 인생의 여정을 살펴보면 흑백논리로는 판단할 수 없는 시대 상황과 그저 완벽하게만 보이던 모습의 저편에 한 인간으로서의 미숙함과 절박함에 괴로워한 한 여성의 삶을 쉽게 발견해 낼 수 있습니다. 더욱이 두 번의 큰 전쟁을 겪으며 항상, 다시는 어렸을 때 겪었던 배고픔과 빈곤을 겪고 싶지 않았던 그녀. 항상 권력과 가진자의 위치에 있고 싶었던 그녀가 여성으로서 혼탁한 시대에 어떠한 선택을 했는지는 잘 알려진대로 입니다.
 
물론 그녀에게 무조건적인 면죄부를 주고 싶진않습니다. 그녀가 정치가였거나 철학자였다면 이는 분명 커다란 과오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코코여사님은 디자이너였습니다. 하지만 과연 이런 인간적인 허물이 있었다고 해서 그녀가 인류사에 또 세계의 여성들에게 던진 멧세지와 스타일이 변할 수 있을까요? 

바로 가브리엘 샤넬이란 여자가 허문 수많은 경계와 인습의 벽, 그리고 새로움은 영원히 변치 않는 진리이기 때문입니다.


 

 
대학에서 불문학을 전공했고, 파리와 서울을 오가는 패션 칼럼니스트. <프랑스 여자들처럼>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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